고등학생이 되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학교에서는 관심 있는 학과나 직업을 생각해 보라고 하고, 부모 역시 자녀가 어떤 방향으로 진학할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아직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은 진로를 정하고 관련 활동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만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누구나 자신의 적성과 미래 직업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집 고2 아들도 지금 이 고민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진로 이야기를 꺼내면 "몰라", "아직 없어"라는 대답이 먼저 돌아오고, 관심 있는 분야를 겨우 말해도 성적이 걱정이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저 역시 고등학생 때 꿈은 곧 직업이어야 한다는 말에 답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를 재촉하고 있더라고요. 이 글에는 아들과 진로 이야기를 하며 실수했던 점과, 학교 상담과 직업 찾아보기를 함께 해 보며 알게 된 것을 정리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이유
진로 선택은 단순히 좋아하는 직업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 가치관을 이해하고 여러 직업과 학과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고등학생은 아직 다양한 직업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어도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성적과 진학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진로 선택에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과목과 잘하는 과목이 다를 수도 있고, 관심 분야가 여러 개라 하나로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빨리 진로를 정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아이는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고2가 되자 마음이 급해져서 "이제는 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럴수록 아들은 더 짧게 대답했고, 진로 이야기만 나오면 자리를 피했습니다. 재촉이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라 입을 닫게 만든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부모가 활용할 수 있는 진로 탐색 방법
자녀가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관심 분야를 넓게 살펴보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과목이나 즐겨 하는 활동을 이야기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흥미를 느끼는지도 좋은 대화 주제입니다.
이때 부모의 경험만으로 직업을 추천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정보를 함께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교육부의 진로정보망 커리어넷에서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진로심리검사와 직업정보, 학과정보 등을 제공합니다.
직업흥미검사나 직업적성검사는 아이가 자신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다만 검사 결과가 특정 직업에 반드시 적합하다는 확정적인 판단은 아닙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심 있는 직업을 찾아보고 실제 업무 내용과 필요한 역량을 알아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진로 상담이나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저희는 먼저 담임 선생님과 학교 진로 상담을 받아 봤습니다. 부모에게는 "모르겠다"고만 하던 아이가 선생님 앞에서는 관심 있는 과목과 활동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아이가 관심을 보인 분야의 직업을 함께 찾아보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와 어떤 과목이 필요한지를 같이 살펴봤습니다.
진로를 재촉하기보다 선택할 힘을 길러주세요
부모가 자녀의 진로를 걱정하는 이유는 결국 아이가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직업과 자녀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반드시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직업을 은근히 권했습니다. 아들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표정이 굳었고, 나중에는 "엄마가 바라는 진로잖아"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직업 이름보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성적 때문에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묻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로에 관한 대화를 할 때는 특정 직업을 정하도록 설득하기보다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적인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사람을 돕는 일에 관심이 있는지, 새로운 것을 만드는 활동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진로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관심 분야가 정해졌다면 작은 경험을 통해 확인해 보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관련 도서를 읽거나 직업인 인터뷰를 찾아보고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진로와 관련된 목표를 정할 때는 지나치게 큰 계획보다 실천 가능한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관심 있는 직업 세 가지를 조사해 보거나 희망 학과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진로 선택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평생의 직업을 반드시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 진학 후에도 관심 분야가 달라질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진로를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아들의 진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촉을 멈추고 함께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진로 이야기를 피하던 아이가 조금씩 자기 생각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댁 고등학생 자녀는 진로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효과가 있었던 대화법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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